그녀는 예뻤다

그녀는 예뻤다. 그녀를 모르는 사람에게 그녀의 외모를 설명하기란 무척 쉬웠다. “이영애 98프로야.” 하면 됐다. 스스로도 너무나 적확한 묘사라 흡족할 정도였다. 탤런트 이영애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이영애 98 프로’가 내 앞에 있다면, 싫어할 사람 없다. 나 역시 그랬다. 그녀는 담배를 폈다. 난 사실 여러 가지 이유로 담배 피는 여자가 내 여자 친구는 아니길 바랬다. 아니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영애 98프로’는 담배를 많이 피워도 좋았다. 너무 이뻤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이런 생각까지 했다. 보통의 외모를 가진 내가 ‘이영애 98 프로’를 만난 것만으로도 신에게 큰 신세를 진 것이라고. 감사할 일이라고. 이렇게 이쁜 사람과 얘기하고 밥을 먹고 함께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인생의 값진 경험 중 하나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런 생각만으로 기뻤고, 스스로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아마도 ‘이영애 80프로’ 이상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나를 비웃을 것 같다.

그러다 ‘이영애 98프로’가 어느날 뜬금없이 “사람은 각자 자기 세계가 있고, 서로가 그 영역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수수께기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말이 너무 좋았다. 그말에 뽕갔다. 서로의 존재와 영역을 존중하는 관계라! 그순간 나는 이 여자가 ‘이영애 98프로’라서가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는 여자라서 반드시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속으론 ‘역시 이영애~’라고 했겠지만.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해석이었다. 그말을 남긴 이후부터 그녀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곤 끝이었다. 한동안 멍해있던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그 ‘존재 어쩌고…’ 한 말을 곱씹어 보았다. 물론 나는 여전히 그말이 좋고, 나의 해석을 믿고, 어쨌든 그녀는 예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때 그녀의 말 뜻이 “‘이영애 98프로’는 ‘장동건 99프로’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다시 예전처럼 탤런트 이영애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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