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천 원을 주고 산 쓰레빠는 고작 한 달을 버텨내었다. 퇴근길에 동네 신발가게를 들렸다. 대충 둘러보고 튼실해 보이는 놈 하나를 골랐다. 주인 아주머니는 만 원을 불렀다. ‘깍아주는 티라도 내주십사.’라는 내 뻔뻔한 청탁에 아주머니는 결국 천 원을 깍아 받으셨다. 나는 웃는 낯이었고, 손해를 본 주인 아주머니도 웃었다. 첫번째 모순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런가 싶더니 곧이어 두 번째 모순이 잇달았다. 나는 가게를 나서면서 “많이 파시라.”는 인사를 했고 아주머니는 또 “오래 신으시라.”는 인사를 했다. 두 번째 모순도 자연스러웠다. 웃음 속, 모순의 하모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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