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세 식구를 위한 김장을 했다. 나는 속을 버무리고, 그순간 시집 간 누나들에게 전화가 왔다. “왜 이렇게 일찍 해? 하기 전에 전화하지…” 똑같은 레파토리에 “됐거등!”이라고 대답했다. 속을 넣으며 어머니는 작년에도 하셨던 똑같은 옛날이야기 보따리를 푸셨고, 아들은 작년처럼, 눈은 TV를 향해 있으면서도 입으론 맞장구를 쳤다. 이상하게 김장만 하면 ‘나는 왜 아직 장가를 못 갔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꼭 든다. 허리도 똑바로 못 펴신 채 김치속을 채우시는 어머니를 보며 아들은 작년과 같은 다짐을 또 한다. 한 해 한 해 더욱 더 절실해지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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