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배추머리에 열십자로 칼집을 내서 쭉쭉 쪼개는 것이 내 역할이다. 벌써 집안 가득 배추향이 진동한다. “세 식군데, 사먹지!” 아들은 쪼그려 앉아있는 게 싫어 기어이 군소리를 한다. “누나들도 줘야지….” 어머니 손이 더욱 빨라지신다. 그러나 누나들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속까지 다 넣고 나면 그때나 등장하겠지. 배추포기들 앞에서 나이 드신 어머니는 너무나 능숙하게 움직이신다. 아들은 그게 더 짠한 느낌이 든다. 결혼 빨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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