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후배가 돌연 회사를 관두겠다고 했다. 몸이 안 좋아서 휴가를 내 병원에 간다더니, 그날 오후 바로 전화로 퇴사를 통보했다. 입원 치료와 함께 오랜 기간 안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우선은 요즘 취업난이 심하니 병가를 쓰고 지켜보자고 말렸다. 하지만 완고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아쉽지만 본인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었다. 사직서도 처리해야하고, 불가피하게 만나서 정리해야 업무가 아주 조금 있었다. 병문안 겸 병원에 한번 찾아가겠다고 했더니, 검사와 콘디션 난조를 이유로 아슬아슬 피하려했다. 어쩔 수 없이 아무런 행정처리도 못하고 며칠이 흘렀다.
그러다 느닷없이 오늘 아침 후배의 아버지가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우리 딸이 그동한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건강까지 나빠졌으니 더 이상 귀찮게 전화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순간 인터 직원을 포함한 사무실 전원이 충격을 먹었다. 퇴사한 후배는 회사에서 참 귀여움 받는 친구였다. 항상 일도 잘하고, 불평불만도 없이 착실했다. 사무실 누구나 좋아하고 잘해줬다. 그러니 더 의외였다.
“그 친구 맹랑하네”하는 반응도 있었고 “사람 속은 모른다”는 반응도 있었다. 나는 후자 쪽이였다. 사람마다 같은 상황이라도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니, 그 친구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단지 그 동안 내색 없다가 갑자기 떠난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고 어색했다. 많이 힘들었겠다 싶지만 솔직히 왠지 모를 작은 배신감도 들었다.
세삼 후배의 퇴사로 말이라는 것이 참 얄궂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내가 스트레스 준 말은 없었는지, 무심코 한 말이 상처가 된 건 아닌지 꽤 오랫동안 걱정이 됐다. 또 한편 어차피 떠나게 된 상황에서 풍경이 확 바뀌어 버린 것도 결국 후배 아버지에게 전해들은 얄궂은 말 때문이었다. 누구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말은 실체가 없다. 말만으로 참도 거짓도 없다. 단지 앞으로 말할 때는 좀더 신중해져야겠다고 조용히 다짐할 뿐이다. 더더욱 떠날 때는 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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